장장 63일에 달하는—엄밀히는 62일의 대모험이 끝났다.

그 여정의 끝에서 62*24시간의 경험을 되짚어보며 갈무리해볼까 한다.



최종 테스트 이전———#


살짝 압박이 느껴질 수 있는 스케쥴로 진행되었지만 크게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살짝 귀찮다는 생각이 들면 들었지(웃음).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며 다녔지만 떨어지고자 한 것 또한 당연히 아니다. 단지 나와 상극인 직종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근거 없는 확신보단 근거 있는 방어기제를 선택했을 뿐. 사실 붙어도 문제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나랑 마찰이 많은 성격의 일이다. 그래도 나름의 재미는 있다고 생각했다.



#——— 최종 테스트 이후


뭐.
예상대로 떨어졌다.
큰 아쉬움이나 미련은 남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나와 상성이 좋지 않은 직업이라 생각했고 9주간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되려 아쉬움이 남는다면 9주간 마주했던 사람(들)쪽이지 않을까 싶다. 이 미묘한 감정은 대학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그리고 아주 말아먹어버린 '괜찮은 오따끄 지인 추가'의 미련?쯤이겠거니 하고 있다. 여자라서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일말의 여지도 없냐 물으면 호언하기는 어려운데스.
아무튼 아쉽고 속이 타고 안타깝기보단 적당히 후련한 선에서 감정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애니메이션 업계를 향한 불타는 싸랑 같은 게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애니+종이작업)동화맨에 대한 열망이 옅었다는게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론, 나의 능력을 타인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단 건 좋게 생각하고 있다.
그 평가가 정말 객관적인지는 별로 관심없지만ㅎ.



하리보 해피콜라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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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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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새도록 & 네버 스탑 쑈오오오오(feat. 군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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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애니메이숀 동화맨이 되는 동굴'에서 쑥과 마늘, 작화지와 0.3 샤프심을 먹으며 장장 60일에 이르는 고행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이 3일 남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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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해보면서 느낀 게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 자멸용 생각을 제외하고 말해보자면...

1. 역시나 돈은 안 된다.
동화 파트, 특히 동화 파트의 신출내기는 그렇다. 손이 빠르고 일이 능숙해진다면야 충분히 돈이 되겠지만...?

2. 재능과 피지컬의 영향이 있다.
나처럼 손이 느리고 선이 불안정하며 마음에 내킬 때까지 붙들고 있는 타입에게 동화는, 아니 나아가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업계 자체가 안 맞을 수 있다. 게다가 움직임에 대한 이해도까지 떨어진다면??(웃음) 타블렛으로 작업을 하면 좀 나을 수도 있지만 이것도 개인차가 있겠지? 아무튼 안 맞는 부분이 생길수록 본인이 엿먹는 부분이 많아진다. 엿이라는 것은 대게 적은 수입, 남들 이상의 노력, 피로를 동반한 자괴감등을 이른다.

3. 나랑은 상극이다.
출퇴근을 좆꼴리는대로 해도 되고 옷도 편하게 입고 되게 후리해보이지만

어쨌든 손이 빨라야하고(1타), 정해진대로만 그려야하며(2타), 암묵적인 할당량이 존재해서 그 이상을 유지해야하고(삼타), 깔끔한 선으로 되도록 지우개질 없이 한 방에 그려야한다.(악! 이건 정말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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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3일을 포함한 2달의 경험이 색다르고 좋았던 경험으로 남을 지 고생길의 시작인지는 모르——기는 개뿔 백빵 낙방이야.

몇 명이나 살아남으려나...
살아남는 게 아니라 남겨지는 건가 ㅎㅎ

이거 한번 하고 나니까 웹툰 채색 파트에 대한 거부감도 좀 가셨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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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다르다가 아니라 모두가 나를 봐 였네?
근데 왜 뭔가 다르다로 들리는데????






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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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_좀_합시다_좀' 계획

2020. 5. 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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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도 없고 즐거움도 희박해서 뭐 하는게 없는데 뭔가 하기는 해야할 것 같으니 해보려하지만 어차피 길어봤자 한달이면 박살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잠깐이라도 뭘 하긴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려는,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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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는 블로그에 뭔가를 올려보고자 하는데 될지 안될지 가늠이 안됨. 일단 여기까지 쓰는 데만도 며칠이 걸렸다. ... 되겠냐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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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게 없다는 말에서 하는 것의 범주에는 생각도 포함된다.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이다.
락스에 한번 담궜다 뺀 느낌임. 새하얘졌지만? 좆같은 냄새가 나.
기모찌와루이.



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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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거짓말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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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그림을 안 그린지 좀 됐다. 아니, 뭘 만드는 것 자체를 한동안 안했음.

어째 알바시간이 점점 늘어나서, 쉬는 날엔 그냥 자거나 적당히 잉크를 지리는 것이 일상적.

그래서 뭔가를 해야겠다 싶어서...

 

게임도 다시 만들기 시작하고, 글도 좀 쓰고, 그림도 그리기 시작할 듯(웃음)

 

이야이야 마지데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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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런 거

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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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쉬어가기

말/글 2019. 2. 10. 08:21

※이 글은 의학적으로 좆도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번에 짧게 말했는데, 우울증 약을 안 먹은지 현재[2019.02.10]로 3주~4주쯤 됐다.

의사와의 조율사항은 트라조돈을 안 먹는 것이었지만 트라조돈을 안 먹으면 잠을 얕게 자고 땀범벅이 되는 좆같은 증상이 있어서 아예 다 끊어버렸다.

분명 끊기 직전까지 복용 중이던 벤팍신서방이나 인데놀, 자이렌 3가지 중 하나(혹은 뭔가 복합적으로)가 이런 증상을 유발한 것일텐데... 몰랑!


약을 끊으면서 느낀 변화를 말해보자면 일단 첫째로 처먹는 양이 살짝 늘었다. 그리고 그 이유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인간은 음식을 삼킬 때 조금이지만 기쁨을 느낀다나 엔돌핀이 나온다나 뭐라나... 암튼 뭐 그런 소리를 어디서 들었던거같은데,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요즘 나는 뭔가를 삼키고 싶어 하고 있다. 뭔가가 먹고 싶다 생각한 적이 없는건 아니지만 이전에 비해 명료해졌다. 아니, 기분탓일지도...(솔직히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다)


둘째로, 신체적 텐션이 변했다. 이전에는 트라조돈에 의한 깊은 수면+ 기상 후 아빌리파이정으로 각성상태가 빠르고 선명하게 찾아왔었다.

현재는 일어나도 나른하고 그렇다(우울감으로 인한 졸음은 아님).

나는 나의 각성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노래나 시간의 체감 속도를 쓴다. 간단히 말해서 어정쩡한 각성 상태에선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

요즘은 시간이 존나 잘 흐른다. 덕분에 예전처럼 알바 갈 준비를 하면 몇 분씩 오차가 생겨서 자꾸 뛰어서 가게 되었다. 존나 좆같아서 시발 자전거 수리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함.


앞의 두 개는 그냥 그런거고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울컥하는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1년을 기계로 살았냐하면 그... 정도는 아니다(아마도). 그러나 이런 감정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정신적 격벽이 있었는지 말해보자면...

내가 정말 좋아하던 일러스트레이터분이 병환으로 17년 11월에 돌아가셨었다. 그 분이 사실상 절필선언을 했던 8월 즈음, 나는 그 사실을 듣고 울었다.

'왜 이렇게 빛나는 사람이, 나 같은건 이렇게 멀쩡한데...'

나는 울면서 저런 생각을 했었다. 

우울증 치료를 시작한 9월 이후, 나는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도 전혀 울지 않았다. 신기할 정도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울고 있다. 참 웃긴 일이다.


인간의 감정이 어떤 구조로 형성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게 있어선 감동과 슬픔이 유사한 형태의 감정인가 보다. 

치료 중이던 500여일의 나날에는 없었던 기분. 오랜만이고 반가운 기분이라서 한껏 즐기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억눌려서 그런지 조금 조절이 안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뭐 상관업뜸.


어차피 완치를 목표로 하지도 않았고, 완치라는 게 없을 것이고, 언제 또 마주할 지 모르니 이건 쉬어가는 코너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나는 저런 감정들을 양식으로 뭔가를 만드는 인간이라서 1년동안 그림그리는 것도 뭘 만드는 것도 푸석푸석한 느낌이었는데

이제 아주 그냥 질펀하게~~

이쿠조~~

(이 후 딸 치러 감)


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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