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63일에 달하는—엄밀히는 62일의 대모험이 끝났다.

그 여정의 끝에서 62*24시간의 경험을 되짚어보며 갈무리해볼까 한다.



최종 테스트 이전———#


살짝 압박이 느껴질 수 있는 스케쥴로 진행되었지만 크게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살짝 귀찮다는 생각이 들면 들었지(웃음).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며 다녔지만 떨어지고자 한 것 또한 당연히 아니다. 단지 나와 상극인 직종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근거 없는 확신보단 근거 있는 방어기제를 선택했을 뿐. 사실 붙어도 문제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나랑 마찰이 많은 성격의 일이다. 그래도 나름의 재미는 있다고 생각했다.



#——— 최종 테스트 이후


뭐.
예상대로 떨어졌다.
큰 아쉬움이나 미련은 남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나와 상성이 좋지 않은 직업이라 생각했고 9주간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되려 아쉬움이 남는다면 9주간 마주했던 사람(들)쪽이지 않을까 싶다. 이 미묘한 감정은 대학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그리고 아주 말아먹어버린 '괜찮은 오따끄 지인 추가'의 미련?쯤이겠거니 하고 있다. 여자라서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일말의 여지도 없냐 물으면 호언하기는 어려운데스.
아무튼 아쉽고 속이 타고 안타깝기보단 적당히 후련한 선에서 감정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애니메이션 업계를 향한 불타는 싸랑 같은 게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애니+종이작업)동화맨에 대한 열망이 옅었다는게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론, 나의 능력을 타인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단 건 좋게 생각하고 있다.
그 평가가 정말 객관적인지는 별로 관심없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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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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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쉬어가기

말/글 2019. 2. 10. 08:21

※이 글은 의학적으로 좆도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번에 짧게 말했는데, 우울증 약을 안 먹은지 현재[2019.02.10]로 3주~4주쯤 됐다.

의사와의 조율사항은 트라조돈을 안 먹는 것이었지만 트라조돈을 안 먹으면 잠을 얕게 자고 땀범벅이 되는 좆같은 증상이 있어서 아예 다 끊어버렸다.

분명 끊기 직전까지 복용 중이던 벤팍신서방이나 인데놀, 자이렌 3가지 중 하나(혹은 뭔가 복합적으로)가 이런 증상을 유발한 것일텐데... 몰랑!


약을 끊으면서 느낀 변화를 말해보자면 일단 첫째로 처먹는 양이 살짝 늘었다. 그리고 그 이유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인간은 음식을 삼킬 때 조금이지만 기쁨을 느낀다나 엔돌핀이 나온다나 뭐라나... 암튼 뭐 그런 소리를 어디서 들었던거같은데,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요즘 나는 뭔가를 삼키고 싶어 하고 있다. 뭔가가 먹고 싶다 생각한 적이 없는건 아니지만 이전에 비해 명료해졌다. 아니, 기분탓일지도...(솔직히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다)


둘째로, 신체적 텐션이 변했다. 이전에는 트라조돈에 의한 깊은 수면+ 기상 후 아빌리파이정으로 각성상태가 빠르고 선명하게 찾아왔었다.

현재는 일어나도 나른하고 그렇다(우울감으로 인한 졸음은 아님).

나는 나의 각성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노래나 시간의 체감 속도를 쓴다. 간단히 말해서 어정쩡한 각성 상태에선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

요즘은 시간이 존나 잘 흐른다. 덕분에 예전처럼 알바 갈 준비를 하면 몇 분씩 오차가 생겨서 자꾸 뛰어서 가게 되었다. 존나 좆같아서 시발 자전거 수리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함.


앞의 두 개는 그냥 그런거고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울컥하는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1년을 기계로 살았냐하면 그... 정도는 아니다(아마도). 그러나 이런 감정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정신적 격벽이 있었는지 말해보자면...

내가 정말 좋아하던 일러스트레이터분이 병환으로 17년 11월에 돌아가셨었다. 그 분이 사실상 절필선언을 했던 8월 즈음, 나는 그 사실을 듣고 울었다.

'왜 이렇게 빛나는 사람이, 나 같은건 이렇게 멀쩡한데...'

나는 울면서 저런 생각을 했었다. 

우울증 치료를 시작한 9월 이후, 나는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도 전혀 울지 않았다. 신기할 정도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울고 있다. 참 웃긴 일이다.


인간의 감정이 어떤 구조로 형성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게 있어선 감동과 슬픔이 유사한 형태의 감정인가 보다. 

치료 중이던 500여일의 나날에는 없었던 기분. 오랜만이고 반가운 기분이라서 한껏 즐기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억눌려서 그런지 조금 조절이 안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뭐 상관업뜸.


어차피 완치를 목표로 하지도 않았고, 완치라는 게 없을 것이고, 언제 또 마주할 지 모르니 이건 쉬어가는 코너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나는 저런 감정들을 양식으로 뭔가를 만드는 인간이라서 1년동안 그림그리는 것도 뭘 만드는 것도 푸석푸석한 느낌이었는데

이제 아주 그냥 질펀하게~~

이쿠조~~

(이 후 딸 치러 감)


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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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또 손에 들고 있는건 없는데 나이만 들었다.

올해엔 어떤 형태로든 뭔가가 남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형태가 어떨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림을 하도 안 그려서 그런지 2017년보다 좆같이 그리는 거 같아서 좀 좆같다.

설정을 포함해서 글 쓰는건 여전히 정지 상태.

이 모든 창작 버퍼링을 약의 탓으로 돌리고 싶다. 근거없는 남 탓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확증도 없음.

고로, 의욕이 일었다가도 스러지기를 반복 중


하고 싶은 건 마땅히 없는데 하고 싶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좀 느려도 되는데,

시간이 잘 간다. 시발.

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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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이 코 앞이다. 그래서 여느 때처럼 신년계획을 세웠는데, 여느 때처럼 말아먹던 그림그리기 계획.

일기일회![日期一繪]


매일 매일 '스스로 생각하기에 누군가에게 보일만한 수준'으로 그리는 건 스트레스 밖에 안된다는 걸 깨달아서 최대한 부담없이 그려나갈 생각이다.

뭔가를 그리는 게 아니라, 뭔가를 그리려 했다는 의지를 최대한 오래 끌고 가는 계획.

중간에 몇 번 빠졌다고 포기하는게 아니라 상관않고 이어나가는 게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새해가 되자마자 "요이땅!" 하는 것보단 조금 먼저 시작해서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 며칠 전부터 실행 중이긴 하다.

저 짤이 그 중 일부.

'전력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책망하지 않는 것도 숙제이자 목적, 목표.


웬만해서 작심삼일로 끝나는 짓이지만 일단 3일은 넘겼다!(웃음)



##

아니 왜 벌써 12월이고, 18년이 끝나고 있는거지? 너무 빠르잖아!

작년 말에 뭔가 계획한 게 있었던가?

돈 모으기 빼곤 없었던 거 같다. 그리고 모은 돈들은 沙모래sand처럼 사르르륵.


그냥... 얌전히 반년정도 절약하며 사는게 나한테 가장 적합한 저축법인 것 같다...

ㅎ... ㅎㅎ...

(ㅎㅎ는 흑흑 입니다)



###

그러고 보니 그림그리는 것에만 혈안이 돼서 글은 전혀 손을 안 대고 있는 중이다.

정정. 혈안이 됐다기 보단 우선시 하고 있어서 그렇다.

글쓰는 게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소모되는게 더 많아서 미루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현재 올려놓고 던진 게 묵독이랑 로제리였나?

묵독은 어차피 끝도 정해져 있으니 생각난 김에 정리하면 될 것 같으나...


로제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특정 작품을 향한 반발심을 표출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오락을 즐기기 위한 똥글이닷!!


그런데 왜 오락인데 안 쓰고 있냐하면...

신나게 고어묘사나 하려고 했는데,

문득 '어린 여자애(실제론 어린 여자가 아니지만)를 신나게 죽이는 게 과연 괜찮을까...?' 하는 불안에서 멈춘 것.

(뭐... 뒷 내용이 갖춰지지 않아서 멈춘 것도 있지만.)


근데~~ 뭐, 이젠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저는 개나소나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유혈이 낭자하는 꼴을 보는 게 좋아요~" 라고 인정하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아~~ 몰라~~~ 그냥 죽일거야~~~~~~


####

그런 고로,

오랜만에 글이나 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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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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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정제된 글

말/글 2018. 1. 11. 02:12
나도 순도 높게 정제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텍스트를 정제하는건 조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니까, 떠드는 자신을 위해서.

크게(그리고 간단하게) 두 가지를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인실좆 확률을 크게 줄여준다는 점.
그냥... 대표적인 트위터를 보자.
익명성에 가려져 있기에, 아무 생각이나 내뱉기 편하기에 등등. 대체로 트위터에 올리는 트윗은 단톡방에서 떠드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유명한 인물이 본인인증을 받은 공식 트위터라도 개인이 쓰는거라면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한다. 구조가 그런 형식인 것 같다. 사실 나는 트위터를 본격적으로 쓰지 않아서 사용자들이 어떤 감각을 지니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 책임져야하는 자신의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단톡방'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단톡방은 내가 소속된 공간이지 내 소유가 아니니까.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도 빠른 편이다. 거기에 트위터는 블로그와는 달리 트윗의 총 용량이 작아서 트윗과 댓글의 무게 비중이 포스트와 댓글과는 다르기도  한 것 같고... 머 어쨌든, 떠들기 편하게 생겨 먹었다보니 헛소리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초래하는 구조라는 것.

둘째는 본인 그 자체와 관련해서.
문자로 내뱉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생각,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근데 이게 그냥 내뱉고 쓴다해서 영향을 주는게 아니고, 타인이 보는 앞에서 할 때 더욱 그런 것 같다. 혼자서 쓴 글은 그냥 자신의 생각으로 그치지만, 타인을 의식하며 말하는건 일종의 표명이다. 트위터는 이런 점에서 약간 사람을 맛탱이가게 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아, 졸려. 몰라. 뭐 어쨌든 그런 것 같다는 생각.
머 어쨰뜬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표명하게 되는 순간 자신에게 오는 영향이 있다는 것을 체감한 적이 몇 번 있어서, 그리고 스스로 정제를 하면서 정리되는 점이 많았던 것 가타서 적어봄. ㄹ누 졸리다. 잔다.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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