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며, 쓰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작성되었음.



바로 어제, '철혈의 오펀스' 달리기를 끝마쳤다. 1기 첫 방영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에 봤을 땐 너무 조까타서 때려쳤었는데

누군가에게 혁명기 발브레이브를 시청시키기 위해 교환 조건으로써 오펀스를 봤다. 처음 봤을 때보단 편안하고 안락하게 봤다.

안정적이고도 고요한, 명경지수와 같은 정신을 유지하며 오펀스의 시청을 마친 기념으로, 이렇게...




우선 오펀스를 보기 위해선 버려야 할 것과 준비물이 있다.


일단 건담이라는 이름에서 무언가를 기대하면 안된다. 건담이니까 '이러이러한 요소가 있지 않을까?', '예전에 봤던 건담에선 이런게 있었는데~' 등등.

'건담' 이라는 단어 하나에서 파생-기대되는 그 어떤 것도 오펀스 내부엔 반입금지이기 때문에 몰래 들고 탑승했다간 쫓겨 날 수 있다. 끝까지 보고 싶다면 버리는게 좋다. 아마 오펀스가 '기동 전사 건담'이라는 머리를 붙인 이유는... 단순히 건담이란 단어가 멋있어서 아닐까?

그리고 버릴 때 생각도 버리는 게 좋다. ASMR이라는 게 있지 않는가. 그 유사한 것을 본다는 기분으로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느낌적인 느낌일 뿐이지만,

오펀스는 애초에 그런 시선으로 보라고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인 것 같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괜히 진지 빨면 피로하기만 한 것처럼 오펀스도 괜히 설정의 개연성이나 인물의 행동의도 같은 걸 따지면서 보면 골만 아프다. 그냥 얌전히 철화단의 생애를 관음하라고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그거야말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실패가 아니냐 하는 의문도 그냥 던져두면 편하다. 참고로 다 본 후엔 시간이나 성격, 인성 등등도 버려야 한다. 그야말로 무소유의 아니메.

대신 지참해야 할 것은 '이 애니메이션은 화성 야쿠자 깽판물이다' 라는 의식과 문득문득 샘솟는 황당함을 방생해 줄 아량과 관용.



준비를 마쳤다면 이제 당신은 오펀스를 볼 수 있다! 축하...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보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겠다.


음, 예를 들어보자. 전황은 철화단에게 너무나도 불리하다. 패주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올가는 앞으로 나아갈 것을 원할 때 A가 회의감, 의구심, 불안을 표현하는(혹은 오르가를 규탄하는) 대사를 했다~는 그런 상황. 그런 상황에서 곁에 있던 B는 "올가가 원한다면~(이하 생략)" 정도의 얘기를 하고(추가적으로 주변 인물들이 B에 찬동 할 수 있음) A는 그 모습에 감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쉬이 납득하지 못하는, 그러한 연출과 장면이 작중에서 종종 나온다. 그럴 때마다 시청자는 철화단의 의지+신뢰+충성을 보면서 그저 '멋지다~' 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얘들은 조금씩 잘못 나아가고 있구나...' 싶어지게끔 연출하는 것 같다. ■무위키에서 본 것 같은데, 제작진들은 철화단의 행동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들을 미화하는 것치고는 중간중간 이런 식으로 환기시켜주는 게 괜찮은 것 같았다.


로봇 전투신도 좋다. 야쿠자 판타지치고는 로봇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철화단이 활개를 치며 잡졸들을 때려부수고 힘을 과시하는게 주요 목적인 장면이다보니 지리한 공방은 대부분 스킵되고, 미카즈키를 필두로 한 모빌슈츠들이 뛰쳐나와서 쓱싹! 멍하게 보고 있으면 자극적이고 좋다.


물-론 전투의 내용 자체는 개차반이다. 이유의 대부분이 올가가 시켜서. 아니면 쟤가 우리 건드려서. 군에서 작전명령을 내린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상명하복의 체제 속에서 명령이기에 따르지만 회의를 품거나 고뇌하고~ 그런 건 없다. 그냥 "올가가 시켰고, 우린 군말없이 따른다." 라고 50화 동안 얘기한다. 그 부담에 떠밀려서 올가는 점점 더 내몰리는 연출이나 묘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전투신에서 나오는 부분은 아님. 그렇게 생각없이 구르는 주제에 자신들의 지인(작중 표현 '가족')이 다치거나 죽으면 끝까지 쫓아가서 해코지를 한다. 자신들이 죽이는 생명의 가치는 고민도 안하면서 주변 사람의 목숨만 맹목적으로 아낀다. 물론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런게 종종 멋있어 보인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근데 장장 50화내내(약20시간50분) 수 백의 사람을 말그대로 처죽여놓고도 "우리 ~~의 원수! 죽어라!" 따위의 논리로 움직이면 보는 입장에선 아주 좆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애초에 난 조폭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 피로 맺어진 신뢰 관계, '가족'을 위해선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 행동들에 품위는 없는 집단. 내가 조폭물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별로 고민해본 적 없어서 잘 모르지만 아마도―그런 행동을 집단으로 하는데 그게 긍정적인 행위로 비춰지는게 싫은 것 같다. 가오 잡는 것도, 형님 동생 거리는 것도, 이것도 저것도 다 싫은거 보면 그냥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것도 같고...

허나 오펀스의 구성요소 중 빠질 수 없는게 야쿠자 코드다. 술잔을 나눠 호부호형의 관계를 맺고, 자신들이 보기에 배신자라면 처단. 그들의 조직에 법이나 규율은 우두머리의 입. 형님을 위해, 아우를 위해 몸을 불사르며 싸우고... 말로 다 하기 힘든 수 많은 장면에서 야쿠자의 모습이 겹친다. 시작부터 끝까지 진한 야쿠자 땀냄새가 그윽했고, 좋진 않았다.



이모저모 다방면으로 까이는 것 같지만 난 별로 깔 생각이 없다. 그렇게까지 까내릴 애정도 없고, 가끔 '얘들이 여기서 왜 싸우고 있지?' 하고서 앞으로 되돌려 보기도 했을 정도로 넋놓고 봤다. 그러지 않으면 못볼 정도로 이 작품 내에 만연하는 특유의 분위기와 연출, 대사들이 싫었고 그 핵심엔 미카즈키가 있었다. 그러니 얘만큼은 좀 까야겠다.

초반에 결투를 신청받고, 미카즈키가 승리하는 편이 있다. 그리고 패자를 미카가 죽이는 연출이 나오는데, 아마 원래라면 정말 좋아했을 법한 연출이다. 남자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미카즈키는 총을 쏘고, 남자의 목소리는 총성에 묻힌다. 정말 좋아하는 방식의 연출인데 미카즈키라는 캐릭터 하나로 가증스러운 장면이 되었다. 나는 그 정도로 미카즈키라는 캐릭터에 거부감을 느꼈다. 미카즈키가 입에 달고 사는 '화성야자'...가 아니라 "올가, 이제 어떻게 하면 돼?"라는 말이 정말 싫었다. 그 말 하나로 미카즈키의 정체성 설명은 끝난다. 미카즈키는 그저 올가의 성능 좋은 살인도구다. 물론 작중에서 단순히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나지만,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상세한 설명은 없다. 이건 설명이 절제된 게 아니다. 절제라는 건 충분할 때에 하는 거고 이건 그냥 설명이 없는 거다. 위에서 말한 '야쿠자 코드'의 가장 혐오적인 부분을 농축한 인물인 것 같다. 말대로 이행하는 가장 충직한 동료. 거침없이 무엇이든 해내는 인물. 그래, 심지어 주인공이라서 존나 잘 싸운다. 더욱 더 살인기계로써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 그저 남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 주제에 '가족'이니 '동료'니 지 딴에 소중한게 있다는듯 행동하는게 같잖다. 누군가의 배려도 이상도 입장도 고려치 않는 인물이 고작 누군가의 학살머신이라는게 정말 거지같아서 못볼...예정이었으나 넋놓고 봐서 그냥 봤다. 미카즈키 존나 패고 싶은데 내가 지겠지. 그러니 얌전히 욕만 한다.



그래도 무의미하게 20시간을 허비한 건 아니다. 왓챠에 평점도 매겼고 대추야자도 샀다! 

물론 나는 여전히 퍼펙트몰살엔딩으로 갔어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그거고, 소문만큼의 무언가는 아니다. 소문만큼은 아니라는 이야기일 뿐 긍정적 기대는 버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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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일본의 북오프 매장에서 분명 아는 노랜데 기억이 안나서 녹음해 뒀다가...


시바 드디어 오늘 알아낸 기념으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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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키 모음

제작/짤 2017. 3. 16. 08:55


[↑전 / 후↓]




우즈키의 낯짝들(^^)




우즈키 전신(^^)



해방~ (^0^)



[쓸모없는데 마땅히 적을 곳도 없는 설정들]

-1,2번에서 입고있는 옷은 커플티다. 남친(사망)과 세트.

-3번은 졈이 되던 순간의 모습이다.

-감정이 격해지면 머리에 달린 방울뱀꼬리가 떨림.(5번)

-귀없음.

-머리카락이 여러가지 색으로 보임(시디처럼).

-어깨장식이 숄처럼 보이지만 팔에서 돋아난거라 못벗는다.

-망사에 가려지지 않은 팔만 검게 녹는다. 저 안으로 넣으면 가려진 부분처럼 멀쩡히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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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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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종의 커미션(?)으로 그리고 있는, 우즈키의 밑색 단계 모음.(3번 제외)

각각 채색의 진행도가 다른 이유는 딱히 없다.



완성된 형태는 다 그리고 나서 올릴듯.


우즈키 넘모나 싫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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