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카테고리 없음 2021. 7. 16. 00:00

솔직히 별로 남길 말이 없다.


그래서 말없이 떠나려고 했었는데,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야 할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내 이야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내가 모두의 곁을 떠나 과거의 기억으로 남고자 마음먹은 것은 누군가의 잘잘못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분명 자신을 책망하는 사람들이 있을테죠. 그러지 마세요. 조금 막말해서, 그렇게 자신을 괴롭힌다고 내가 돌아오진 않습니다. 돌아갈 생각도 없어요. 그러니 그냥 내가 삶에서 느끼지 못했던 몫만큼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괜히 쓸데없는 자기혐오로 내 속까지 뒤집어 놓지 마시고요. 오케이?


혹자는 의문을 느끼겠지.
"왜 곧 죽을 사람이 게임을 예약 구매하고 콘티나 이력서를 준비하고 생필품을 넉넉하게 구비해둔걸까?"
"충동적인 감정으로 죽음을 결심한 게 아닐까?"
"분명 내일도 만날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었는데, 어째서?"
정답은 굉장히 단순하다.
내겐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 여러분의 생각 이상으로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제일 지루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시라. 가령 조오온나 지루한 수업같은 거.
내가 이걸 여기 앉아서 왜 듣고 있는지도 이해가 안 가고, 다른 사람들은 이걸 무슨 생각으로 듣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졸음만 오는 그런 수업.수업을 나는 몇 년째 듣고있는 기분이었다.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내겐 죽음이 너무 깊게 스며있었고, 이제까지 살아있는 척 살아가는 척 애썼기에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뭐, 그냥 그랬다는 얘기였다.


참고로 나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 신도 믿지 않고 영혼도 믿지 않는다. 내게 죽음은 그저 소멸이며 종료다. 나의 의식은 죽음과 동시에 완전히 분해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무리 깊고 짙게 배어있다 한들 그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피어오르는 새카만 공포가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내 눈에 보이는 미래 또한 닳고 해져서, 그저 시선 끝자락에서 도사리고 있는 죽음 밖에 보이질 않는다.


아무튼 무색 무미 무취의 삶에서 저는 도망치겠습니다.
모두들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안녕!



Posted by 약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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